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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약속이 취소되어서 혼자 산책나왔다가 밖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방향을 틀어 전시를 보러 왔다.
자수처럼 아기자기한 것에 관심은 많지만 뜨개질 한두줄 놓으면 졸음에 빠지는 탓에
직접 자수를 놓아본 적은 없다(학교다닐 때 친구따라 십자가 키트를 사봤지만 사놓기만 했다).
그래서 자수 작품들을 볼 때마다 이 작품을 만든 사람들이 부럽고 존경스럽다.
작은 전시실에 17세기에서 20세기 여성들이 방에서 정성껏 수놓은, 다양한 자수 작품들이 있었다.
세밀한 부분의 색조합도 놓치지 않은 작품들을 보면서 단순한 가사가 아닌 예술혼을 담으려 애쓴 것이 그대로 드러났다.
자수는 조급한 마음으로는 제대로 놓지 못한다는 것을 안다.
겨울 밤 호롱불 또는 작은 전등 아래에서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많은 생각과 바람으로 한 수씩 놓았을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내가 감히 헤아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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